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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의 사회복지노동자, 보육노동자, 요양노동자, 장애인활동지원 노동자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 기간동안 다뤄져야 할 의제들에 대한 연속기고를 진행한다. 국정감사가 국회 안에 갇히지 않고 돌봄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연결되고, 반대로 돌봄 현장의 이야기들이 국회에 가닿게 하기 위해 이번 연속기고를 준비했다. <기자말>

[김정아 기자]

▲ 높은 요양시설 인력기준과 야간 1인 근무 보건복지부가 정한 현행 인력기준은 요양시설의 노인에게 좋은 돌봄을 제공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 클립아트코리아
 
충남의 A요양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한선영(가명)씨는 최근 요양원으로부터 노인학대로 고발당해 노조에 상담을 요청해 왔다. 어르신이 주무시다 침대 밑으로 미끄러져 다쳤는데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는 이유였다.

3교대 근무를 하는 한씨는 그날 야간 근무조였고, 근무하는 층은 6개의 병상이 있는 병실이 5개였다. 30명에 가까운 어르신을 야간에 돌보는 요양보호사는 몇 명이었을까? 한씨 혼자였다. 낙상사고가 일어난 시각 한씨는 다른 병실 어르신의 용변처리를 하고 있어서 그 병실의 상황을 알 수도, 대처할 수도 없었다. 요양원은 보호자의 소송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한씨를 선제 고발하는 것으로 무마하려고 한 것이다.

현행 장기요양보험법 지침에 요양원 이용자 대비 요양보호사의 인력배치 기준은 '2.5 : 1'이다. 숫자 그대로 보면 이용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배치하면 되는 것이다.
 
▲ 보건복지부가 정한 요양시설 인력배치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 [별표4]
ⓒ 국가법령정보센터
 
예를 들어 어느 요양원의 이용자가 50명이라고 하자, 이때 요양원은 최소 20명의 요양보호사만 채용하면 기준에 부합하게 된다. 그러나 상시적으로 20명의 요양보호사가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3교대 근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20명의 3분의 1인 6~7명의 요양보호사가 50명의 이용자를 돌보는 것이다. 대체로 이 수치는 주간 근무의 경우이고, 야간에는 위 상담사례처럼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20명 이상의 환자를 혼자 돌보는 곳이 많다. 야간근무수당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요양원들의 꼼수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르신이 주무시다 운명하셨는데, 다음날 주간교대가 되어서야 알게 된 안타까운 일도 있었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혼자 부축하다 요양보호사의 다리가 부러진 경우도 있었다.

큰 사고가 없더라도 야간 14시간 가량 혼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노동강도는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야간근무시간 중 6시간 정도를 휴게시간(취침)으로 잡아 무급 처리하는 것은 이제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을 지경이다.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은 지난 수 년 간 요양원의 인력배치기준을 '2 : 1'로 즉각 개선할 것과 '야간근무 2인1조 의무배치규정'을 요구해 왔다. 현행 기준으로는 노동자의 조건개선은 고사하고 이용자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겠다고 했던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이 문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인력배치기준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3 : 1'을 거쳐 '2.1 : 1'까지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 21.09.13 [보도자료] 장기요양위원회 심의결과_인력배치기준 개선안 장기요양위원회는 지난 9월 13일, 인력배치기준 개선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5년에 걸쳐 이뤄지고, 기준 개선 목표도 현장의 요구인 2;1에 못 미친다.
ⓒ 보건복지부
 
이 개선안에 대해 민주노총 등은 개선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코로나 시기 복지부가 노인요양시설의 인력배치추가가산 수가를 긴급책정했는데, 이로써 수도권의 요양원 중 본의 아니게 '2.3 : 1' 가까이 인력배치가 된 곳이 이미 많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로는 현재 문제점을 해결하기에 너무 부족한 것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노인장기요양기관 공공성 강화 요구 기자회견. 시설 인력배치기준 개선은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초기부터 요구되었던 사항이다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보건복지부는 보험재정의 부족함을 계속 핑계로 삼다가 위 개선안을 겨우 2022년 하반기로 조금 당겨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심지어 정부는 이용자의 안전보장과 가장 밀접한 '야간근무 2인1조 의무배치 규정'에 대해선 아직 논의조차도 하지 않는 반면, 노인학대가 문제이니 요양원 병실마다 CCTV를 설치하여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아 현장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공공운수노조 요양지부가 취합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고질적인 인력부족으로 노동강도가 심화되고 야간에 이용자를 돌볼 요양보호사 턱없이 모자라 벌어진 일들이었다. 요양보호사 개인의 성향이나 근무 태만이 노인학대의 원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여전히 요양현장의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요양보호사를 쥐어짜는 방식의 대책을 말하는 정부의 태도가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시급히 개선이 요구되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장기근속해도 받지 못하는 요양보호사 장기근속장려금"

부산에서 5년째 같은 센터에서 일한다는 재가요양보호사 최민숙(가명)씨는 센터가 장기근속장려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노조에 제보를 해왔다.

현행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에 의하면 동일한 기관에서 3년을 근속하면 그때부터 신청하여 받을 수 있는 것이 장기근속장려금이다.

5년을 같은 센터에서 근무한 최씨의 경우는 이미 2년 전부터 장기근속장려금을 당연히 받고 있어야 마땅한데, 지급되지 않고 있던 이유는 이렇다.

근로계약을 맺을 당시 센터장이 최씨가 일을 시작한 지 3년이 되기 전에 센터를 폐업 처리하고, 다른 명의로 신고하여 계속 운영해 온 것이었다. 최씨는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이런 경우 동일기관 근속으로 보지 않는 현행 기준 때문에 안타깝게도 장기근속장려금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런 경우가 아니어도 재가요양보호사가 같은 기관에서 근무를 지속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용자와 사용자의 상황이나 태도가 시시각각 변하는 재가요양현장에서 요양보호사의 고용유지는 항상 불안하다. 이용자가 서비스중단을 요구하는 시점에 센터와의 계약도 종료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어서 3년 이상을 동일기관에 근무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2019년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5년 이상 근속비중이 43.5%나 됨에도 장기근속장려금 수령비율은 19.4% 밖에 되지 않았으며, 방문요양의 경우에는 14%수준까지 낮아진다. 
 
▲ 장기요양요원의 5년 이상 근속(1개 기관, 수개 기관)비중 및 장기근속 장려금 수령 비중 2019장기요양실태조사 내용에서 재구성
ⓒ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상대적으로 근속이 유지된다는 시설요양원의 요양보호사에게도 현행 제도는 불합리한 점이 많다. 일반적인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근속 년 수에 따라 기본급이 오르는 임금인상이 기대되는데, 요양보호사의 임금은 10년을 일하나, 지금 바로 일을 시작하나 대부분 최저임금이 기본급으로 책정이 되어 임금인상의 기대치가 현저히 낮다. 그러다 보니 연차가 쌓인 숙련 요양보호사가 한 기관에서 3년, 5년, 7년 근속해서 장기근속장려금을 받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기본급을 더 준다는 다른 기관을 찾아 이직하는 편이 유리할 때도 있는 것이다.

요양보호사의 장기근속이 어려운 실태를 두고 정부와 기관장들은 어처구니없게도 '헌신적이지 않다느니, 짧게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느니' 하며 요양보호사 개개인의 품성 때문인 것처럼 호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장기요양제도 시행 13년이 지나도록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에 대한 지원을 늘리지도 제도를 개선하지도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여전히 돌봄서비스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요양보호사의 임금을 깎아 이득을 취하려는 민간시장에 제도를 내맡긴 결과물일 뿐이다. 현재도 정부는 장기요양보험재정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으니, 언젠가는 조금씩 개선을 해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실상 보험료만을 재원으로 하면 장기요양 전반의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 요양보호사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기업에 퍼주고, 전쟁무기를 사는 재정 지출은 천문학적으로 하면서,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복지나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몰린 여성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지원은 쥐꼬리 만큼도 늘리지 않는 정부가 '노인이 행복한 국가, 요양보호사는 필수노동자'를 운운하는 것은 너무도 기만적이지 않은가?

"저임금 불안정노동 연료삼아 돌아가는 악순환 멈춰야"
 
▲ 2018돌봄노동자행진 요양보호사의 노동권 보장은 동시에 돌봄을 받을 시민들이 양질의 요양서비스를 받을 권리와 연결되어 있다
ⓒ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 공동사업단
 
지금 우리는 초고령 사회로 급속히 변모하는, 심지어 감염병의 위협까지 겹쳐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보편적이고 평등한 복지가 요구되는 시대다. 더불어 돌봄 노동의 가치와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기이다.

정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첫째, 즉각적인 제도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현재 장기요양제도에서 정부 예산 지원은 보험료 총액의 20%를 밑돌고 있다. 30% 이상, 나아가 50% 이상 정부 예산을 투여해야 한다.

둘째, 말 그대로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장기요양제도를 이윤 논리의 민간시장에서 건져내 국가가 직접 채용하고 관리 운영하는 공공중심체계로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운영하는 각 시도의 사회서비스원의 규모와 위상을 확대하고, 사회서비스원법이 제대로 기능을 하도록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말했던 국가 책임 돌봄, 노인이 행복한 나라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저임금을 받으며 수 개의 요양기관을 전전하고, 시설에서는 요양보호사 혼자 20~30명 되는 어르신들을 돌보며 밤을 지새우고 있을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마지막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포용적 복지국가'는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요양보호사들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연료 삼아 돌아가는 현실을 지금 당장 개선해야 한다. 이는 요양보호사 뿐 아니라 돌봄이 필요하거나, 앞으로 필요하게 될 모든 시민들을 위해 반드시 바꿔나가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이다. 부디 이 문제를 또 다시 다음 정권에 넘기지 않길 바란다.

 

출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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